“트럼프, 중국 견제 위해 평양 방문도 가능”…“북미회담 가능성 낮다”

입력 2020-07-09 07:45 수정 2020-07-09 08:07
트럼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직접 불 지펴
미국 전문가들 사이서도 전망 엇갈려
“트럼프, 중국 견제 필요성…역사적 합의도 가능”
“시간 촉박…트럼프, 북한에 ‘제제 완화’ 안 꺼낼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열렸던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장면.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불을 직접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 TV’와의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따라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 ‘깜작 쇼’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이라는 점도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까지 4개월도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 의사보다는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등 미국 내 이슈에 매몰돼 있는 것도 변수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부정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미국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렸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외교정책에서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미 양측에 이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도 중요한 이슈지만, 미국의 최대 위협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과 같은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워싱턴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반면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가우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절실하게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리얼리티 TV 쇼’에 대한 열망일 뿐이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외교적 접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 연합뉴스

“3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하고, 역사적 합의도 가능하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고,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쇄 조치와 낮은 식량 생산으로 경제가 크게 어려워 필사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미 양측에 이득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던 그 지점에서부터 대화를 이어갈 경우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폭넓게 논의됐던 한국전쟁 종전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그리고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첫 단계 조치와 대북 제제 유예의 교환이 성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압축된다”면서 “나는 그들이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과 같은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그런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만약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또다시 빈손으로 끝날 경우 두 지도자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두 지도자들은 이를 알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트럼프, 국내 이슈에 매몰…북한 원하는 선물 안 줄 것”

그러나 가우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이슈에 빠져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주도의 정상회담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지금 대선 선거운동 국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리얼리티 TV 쇼’에 대한 열망일 뿐이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외교적 접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특히 북한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에 도착했던 지난 7일에도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