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언급했는데…에스퍼 국방, 북한에 또 “불량국가”

입력 2020-07-09 06:08 수정 2020-07-09 08:04
에스퍼 장관 “북한·이란 불량국가 공격 억제”
트럼프 행정부, 북한에 ‘강온’ 양면전술 구사

마크 에스퍼(오른쪽)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5월 15일 백악관에서 열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언론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7일(현지시간) 북한을 또다시 ‘불량국가(rogue state)’로 불렀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밝힌 시점에 나와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을 향해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장관 취임 1년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거대한 권력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스퍼 장관은 중국을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에스퍼 장관은 특히 “미국은 북한·이란과 같은 불량국가와 이들과 비슷한 부류인 중국·러시아에 의해 자행되는 공격적인 활동들을 억지해왔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이 북한을 여러 차례 불량국가로 지칭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북한을 불량국가로 불렀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언급도 미국 국가국방전략(NDS)을 설명하는 과정에 나온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미국·일본·호주 3국 국방장관의 화상 회담 결과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을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를 달성하기 위해 분명한 조치를 취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CVID에 대해 “항복문서에나 등장할 문구”라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나자 이 용어의 사용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방한 중인 비건 부장관은 8일(한국시간) 우리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 협력에 유연한 자세를 갖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손짓을 보내면서도 도발 자제를 압박하는 양면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미 대화의 진전도 중요하지만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 관리도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