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입장문 가안’ 최강욱 사전입수 논란… 법무부, 유출 시인

입력 2020-07-09 00:40

‘검·언유착’ 수사 지휘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가안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사전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 법무부는 유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위에 대해선 모른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공식 입장을 내기도 전에 여권 대표를 통해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이냐”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 대표는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2시간 뒤인 오후 10시쯤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대표는 글에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라고 평가했다.

이 글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하기 전 추 장관과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가안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금일 법무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이날 오후 7시50분쯤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은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었다. 최 대표가 한차례 게시한 ‘법무부 알림’은 법무부가 언론에 밝히진 않은 내용이었다. 최 대표는 ‘법무부 알림’ 글을 올린지 30분 뒤인 오후 10시20분쯤 이 글을 지웠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와 삭제했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며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썼다.

의문의 ‘법무부 알림’ 메시지는 최 대표뿐만 아니라 이른바 ‘조국 백서’의 저자들을 비롯한 여권 지지자 상당수가 페이스북에 공유했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입장을 내기도 전에 여권 대표가 추 장관의 입장을 어떻게 알고 공유한 것이냐”며 “유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