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정시한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통합당은 꼼짝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지난 8일 공수처설립준비단 현장 점검 회의를 열고 통합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민주당 법사위원 10명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공수처설립준비단 사무실을 찾아 공수처 설립 추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공수처 출범에 대한 통합당의 의지가 너무도 박약하다”며 “이번 주 내로 민주당은 공수처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통합당은 아직도 위헌 타령을 반복하고 있다”며 “공수처 출범을 위해 국회가 여야 없이 협조해야 할 때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1시간 남짓한 비공개회의가 끝난 뒤 법사위 간사 백혜련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준비단은 인적·물적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라며 “남은 건 이제 국회의 역할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공수처법에는 야당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2명으로 추천위를 구성하게 돼 있다. 현재 교섭단체인 야당은 통합당 뿐이어서 통합당이 추천권을 가진다”며 통합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비공개회의에서 추천위원에 대한 윤곽이 나왔냐는 질문에 백 의원은 “솔직하게 논의는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 등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지난 6일 열린 당 추천위 첫 회의에서 거론된 전수안 전 대법관 등 지금까지 10명 안팎의 추천위원 명단이 취합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서 거듭 공수처 출범을 요청했지만, 현행법상 통합당이 응하지 않으면 공수처 출범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이 끝까지 버틸 경우 올해 출범조차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법 개정 카드까지 거론하며 공수처 출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추천위원회 구성도 법 개정도 통합당 협조가 필수적이라 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천위 구성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추천위 출범 요건을 놓고 민주당 법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백 의원은 법률적 검토 결과 국회의장의 결단만 있다면 야당 추천위원 없이도 추천위를 가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 해석을 달리하는 일부 법사위원도 있다. 야당 몫인 7명이 채워져야 추천위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후의 카드인 법 개정을 꺼내 든다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통합당이 개정안 심사 단계에서 안건조정을 신청하면 안건조정위에서만 90일을 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절차에 대한 당내 이견도 있다. 안건조정위에서 부결될 경우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 처리하면 된다는 의견과, 안건조정위 부결 안건을 표결 처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다고 해도 330일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통합당을 공수처 협상 테이블로 끌어와야 하지만 통합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청구 결정을 나온 뒤에 봐도 늦지 않다며 공수처 관련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사위에 김도읍 김태흠 박대출 곽상도 장제원 유상범 의원 등 공격력 있는 중진, 초·재선 의원을 전격 배치하면서 공수처 저지 의지를 드러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