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목사
서울 마라나타 교회
본문 : 요한복음 18장 1~40절
그날 마지막 밤에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그곳의 동산으로 나가십니다. 그 동산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가끔 모이시는 곳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군병들을 데리고 예수님을 잡으러 나아온 가룟유다와 예수님의 일행이 만났습니다. 그곳은 가끔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모여 은혜를 나눈 기억이 있는 장소입니다.
그 좋은 시간들을 함께 보냈던 좋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가룟유다는 어떻게 예수님께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이 이럴 수도 있는가요? 피도 눈물도 그리고 정 (情)도 없는가요?
그러나 이미 사단이 그 마음을 점령해서 잡고 있으니 이럴 수 있지요. 그날 밤 그 자리는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자리 입니다.
예수님을 잡으러 온 그들 앞에 “내가 그니라”고 하실 때 그들은 물러가서 잠시 땅에 엎드러 졌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기이하고 신비한 느낌으로 오시니 순간적으로 그 능력 앞에서 바닥에 고꾸라진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이런 분이셨습니다. 비천한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상대이십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베드로는 자신만만 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죽은 나사로의 시체가 예수님이 부르시는 음성을 듣고 무덤에서 나오는 것을 본 지 얼마 안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죽은 자도 살리시고 모든 병든자도 고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설마 십자가에 무력하게 달리실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베드로는 아주 자신 있게 예수님을 잡으러 온 종의 귀를 단칼에 베어 버렸습니다.
예수님이 옆에 계시는데 무엇이 두려웠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잔을 마시지 않겠느냐”고 하십니다.
베드로가 이 말을 다 이해하기 전에 예수님은 아주 무력하게 대제사장 앞으로 끌려 가십니다. 그것도 비천한 아랫사람들의 손에 잡혀서 묵묵히 가십니다.
대제사장 앞에서 심문 당하시고 맞으시면서도 잠잠하신 아니 무력하신 예수님을 보면서, 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베드로도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작고 힘없는 계집 여종 앞에서 조차 마음이 작아지니 그 앞에서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예수님은 바다 위도 걸어오신 분이시며 오병이어로 먹이신 하나님의 아들 아닌가요.
그분이 가는 곳 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환호하고 병자들이 만나기를 바라며 찾으시던 슈퍼스타 예수님. 그러나 지금은 대제사장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신 예수님 이십니다.
제자들과 베드로는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은 예수님 곁을 다 떠나고 말았습니다. 군중들은 바라바를 내어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십자가 지러 가시는 그 길 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인류를 위한 위대한 일을 하시는 예수님과 가장 어려운 그 시간에 함께 마음을 보태어 힘이 되고 응원해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훌륭하고 능력 있는 일을 삼년 동안 하셨는데 예수님 주변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없을까요? 어쩌면 한 명도 단 한명도 없었을까요?
예수님이 부덕하신 게 하니라 그것이 십자가의 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고 오직 혼자서 외롭게 가야 하는 길입니다.
억울함과 배신과 반역으로 상처 받으면서도 오롯이 소명을 이루어야 하는 길입니다. 이 길이 십자가 지러 골고다로 올라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