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그러진 자아, 소시오패스 할아버지 탓”… 조카의 폭로

입력 2020-07-08 18:13 수정 2020-07-08 19: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오른쪽)의 저서 ‘넘치는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 어떻게 나의 가족은 어떻게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어냈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으로 곤욕을 치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조카 딸의 폭로라는 암초를 만났다. 볼턴 회고록이 트럼프식 외교의 난맥상에 대한 폭로라면, 조카 딸의 책은 트럼프 가문의 내밀한 가정사에 대한 폭로다.

7일(현지시간)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55)는 오는 14일 출간될 저서 ‘넘치는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 나의 가족은 어떻게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어냈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소시오패스’로 규정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인물로 묘사했다.

언론에 공개된 책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1964년 부모와 함께 살며 뉴욕주 포드햄 대학에 다니던 중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편입하기로 맘 먹었지만 그의 성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대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가 선택한 수단은 대리 시험이었다. 그는 시험을 잘 치른다는 평판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 존 샤피로에게 돈을 지불하고 자기 대신 대학입학자격시험(SAT)를 봐달라고 의뢰했다.

메리는 “샤피로가 높은 점수를 받은 덕에 트럼프가 와튼스쿨 학부생이 될 수 있었다”며 “돈이 부족할 일이 없었던 트럼프는 친구에게 후하게 사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간 자신을 ‘슈퍼 천재’라고 자화자찬하며 그 증거로 와튼스쿨 입학을 내세워왔다.

임상심리학자이기도 한 메리는 트럼프가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의 빈자리 탓에 자기애성 인격장애(나르시시스트)를 앓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나르시시스트의 9가지 임상적 기준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외에도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여러 건의 정신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의 자기도취증, 허세, 약자를 괴롭히는 성격적 특성 등은 가정사에서 비롯된 애정 결핍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는 특히 부친으로부터 받은 정서적 학대가 트럼프의 일그러진 자아상이 형성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권위주의적이고 엄한 가부장이었던 프레드 시니어는 자식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로 성장하길 바랐다. 트럼프 가문 구성원들의 회상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형제들의 어린 시절 아내에게 “우는 애를 안아주면 약해지니까 안아주지 말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메리의 부친인 장남 프레드 주니어는 프레드 시니어에게 못마땅한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8살 위의 형에게 모욕감을 주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보며 자란 트럼프는 형처럼 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형을 무시하며 거리를 뒀다. 가업인 부동산 사업보다 항공기 조종에나 시간을 허비하는 실패자로 조롱하기도 했다. 메리는 “트럼프가 성장하면서 보인 특유의 자신감과 뻔뻔함, 규칙과 관습을 깨트리고자 하는 성향을 할아버지는 흡족해했다”고 전했다.

프레드 주니어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속에 평생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1982년 42세 이른 나이로 숨졌다. 메리는 “할아버지는 내 아버지를 해체했다”며 “트럼프가 아버지와 비슷한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그의 성격이 할아버지의 목적에 맞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소시오패스들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을 때 가족 중 누구도 병원에 오지 않았고 심지어 트럼프는 영화를 보러 갔다”고 폭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