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극장, 130일만 극장 재개한 이유

입력 2020-07-08 18:00
6일 밤(현지시간) 재개방된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의 관객들. AP연합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오페라의 전당’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6일(현지시간)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며 문을 걸어 잠근 지 130여일 만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개장하는 대신 2000명 안팎의 극장 수용인원을 600석 정도로 줄이기로 한 라 스칼라 극장은 ‘안드레아 세니에’ ‘돈 카를로’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등 4개의 오페라를 먼저 올리기로 했다. 재개장 첫날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현지 안전거리 규정에 따라 좌석 사이 간격을 두고 앉아 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극장 책임자인 도미니크 메이어는 “라 스칼라 극장에 다시 음악이 울려 퍼진 오늘은 아름다운 날”이라고 자축했다.

세계적 권위의 라 스칼라 극장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오페라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라 스칼라 극장 재개에 해외 공연계의 큰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특히 공연계 안팎에서는 라 스칼라 극장의 재개장을 정해진 수순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오페라 등 문화예술 산업이 지방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탈리아 지역 사정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문화예술계를 가능한 한 빨리 개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는 나라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는 가장 큰 대목인 여름 축제 시즌을 앞둔 지난달 15일 영화관이나 콘서트홀, 오페라극장 등에 가해졌던 봉쇄 조치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완화조치에 힘입어 주춤하던 여름 축제들은 일제히 공연재개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지난달 21일 오페라와 교향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라벤나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굵직한 여름 페스티벌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7~8월 간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등 이탈리아 각지에서는 수십 개의 오페라 축제들이 관객을 만나게 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