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휴가 내고 최후통첩… “덫에 빠진다” 우려하는 검찰

입력 2020-07-08 17:2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하루만 더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전날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압박한데 이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윤 총장은 엿새째 숙고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윤 총장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불러 의견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휴가를 내고 산사를 찾은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며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누구도 형사사법 정의가 혼돈인 작금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많이 답답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며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 등을 지휘한 이후 연일 윤 총장을 향해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추 장관은 검사장 간담회가 열리던 지난 3일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에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의 지휘에 위법성이 있다’는 검사장들 다수 의견을 보고받은 다음 날인 7일에는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추 장관의 지휘 서신을 받은 이후 엿새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제보자 지모씨와 MBC 등이 미리 짜고 함정 보도를 했다는 이른바 ‘권·언 유착’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사팀을 맡고 있는 정진웅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사팀이 편파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대검 부장회의의 사안 설명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강대 강 싸움을 벌이는 것은 “덫에 빠지는 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제3의 길’이라 통칭되는 해법이 부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대부분 포함하되 새로운 지휘부 격으로 검사장 한 명을 두는 ‘절충형 특임검사’를 제안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지휘에 따르라는 입장이어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법사위를 열고 윤 총장의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추 장관의 윤 총장 권한 박탈에 대한 법사위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10일 오전 10시 법사위를 열고 윤 총장을 출석시키겠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