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 깜짝 이벤트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북한이 응할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사전녹화한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추가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나는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거의 4년 동안 전쟁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훌륭한 일을 했지만 그에 합당한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북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막았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치적을 내세울 때마다 하는 얘기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알다시피 운반수단 등이 없다”면서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토론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는 오는 12일 방영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중 북한 관련 부분만 발췌해 먼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북한은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상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10월의 서프라이즈’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북한은 곧바로 일축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 대선 판세와 남북 협력 진행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극히 어두워지면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탑다운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지막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인내는 대북 압박을 지속해 북한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개념으로 북한 입장에선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두 정상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지만 2차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성사된 북·미 깜짝 회담은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보다는 대화 재개 의지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