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해 체육계가 경주시청 팀 내에서 이른바 ‘팀닥터’로 불리며 가혹 행위를 주도했던 안모씨에게 사태의 책임을 모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피해자가 체육계 내부에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를 제기하고서 묵살당했음에도 가해자들 외 아무도 직접 책임지는 모습이 없는 상황이다.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8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직접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안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여 회장은 취재진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전·현직 선수로부터 추가 진술을 받았고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장을 냈다”며 “고인 명복을 빌며 경주시체육회가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주시체육회의 향후 계획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여 회장은 기자단의 질문에 안씨와의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며 “안씨 채용과정을 알 수 없다. 저희와는 일면식도 없다”면서 “소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앞서 2일 경주시체육회 운영위원회 자리에서도 취재진에 “김 감독이 안씨의 구타를 말렸다고 파악했다”면서 “팀닥터 덩치가 크다. 김 감독과 선수들이 합세해서 (구타를) 말린 것”이라며 김 감독과 가해 선수들을 두둔하고 사건을 안씨의 단독 가해로 치부했다.
여 회장의 이 같은 처신은 자리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신에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감독과 선수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팀의 일차적 관리·감독을 경주시체육회가 맡고 있는데도 안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과 다르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경주시체육회와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 경주 지역 안에서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의심들을 명백히 풀어야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김 감독과 선배 장씨에 영구제명, 김모씨에 10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며 이들의 가해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박석원 협회장 역시 국회에서 “(진정 당시) 이 일을 인지하고 부장 한 명이 김규봉 감독에게 전화해서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감독의 말을 믿었던 것이 결론적으로 이 일을 막지 못한,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가해자인 김 감독의 해명만 들었을 뿐 조사를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한 셈이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협회 역시 경주시체육회와 마찬가지로 검찰에 안씨를 고발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7일 대구지검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추가 피해자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다른 가해자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현재로서는 스포츠공정위 회의로 조치를 일단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결과 등 또 다른 계기가 있으면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