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시위가 금지된 후 정기 수요시위가 처음으로 시위 대신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됐다. 보수단체가 맞불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이날 행사는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주최하는 1447차 정기 수요시위가 이날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서 열렸다. 종로구청이 지난 3일 일본대사관 인근 등을 집회제한구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정의연은 이날 수요시위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200명 규모로 인력을 배치해 주시했지만 집회 양상이 나타나거나 보수 단체가 난입하는 등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요시위에 앞서 이날 오전 소녀상 인근에서는 반아베반일학생공동행동 등의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는 금지되지만 기자회견은 가능하다”며 “주최측도 앞서 집회·시위 성격을 띠지 않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행사를 주관한 ‘평화예술행동 두럭’의 예술인들과 양현아 일본군위안부연구회 회장 등이 연대발언에 나섰다.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는 연대발언에서 “30년 동안 이어온 수요시위가 왜 이렇게 폄훼당하고 흔들리고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어나가야 하는지 마음이 참담하고 무겁다”고 말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양 회장도 “최근 일부 언론은 30년 간 위안부 운동의 성과를 깎아내리려 하고 위안부 문제가 반일민족주의에 매몰됐다고 훈계한다”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고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서 주간보고를 통해 언론에 강한 유감을 전했다. 이 이사장은 “일부 언론은 비의도적 무지 등으로 유가족과 활동가 등 사이에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언론에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맞불 기자회견’을 예고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수요시위가 열리는 소녀상 인근으로부터 2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종로구청장 등 종로구 관계자들과 서울지방경찰청장·종로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