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전염병인 흑사병(페스트)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3곳에서 흑사병균이 검출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신랑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네이멍구 정부는 “네이멍구 지역 3곳에서 흑사병균이 검출됐고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15명이 자가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흑사병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지난 5일 네이멍구 바옌나오얼시에서 목축민 1명이 림프절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앞서 몽골에서도 2명의 확진자가 나와 몽골 초원에서 흑사병 확산 우려가 커졌다.
네이멍구 보건 당국은 “흑사병균이 검출된 3곳 중 1곳은 확진자가 있던 바옌나오얼의 한 지역”이라며 “이 지역에서 지난달 18일 발견됐던 쥐 4마리의 사체가 이후 흑사병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또 “5일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는 평소 초원에서 가축을 방목해왔으며, 줄곧 흑사병균이 나온 지역 부근에서 생활했다”면서 “환자는 발병 전 열흘 내에 흑사병 환자 등과 만난 적이 없고 야생동물을 먹거나 쥐 등 동물 사체를 접촉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확진자는 현재 맥박이나 혈압, 호흡, 심장박동 등이 모두 정상이며 식사나 수면 등도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현재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15명이 모두 자가격리 중”이라며 “밀접접촉자들은 모두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네이멍구 북서쪽에 있는 몽골 호브드 지역에서도 불법 사냥한 마못을 먹은 형제가 흑사병에 걸리기도 했다.
몽골 당국은 이들 형제와 밀접접촉한 146명을 격리조치 했으며, 울란바토르와 호브드를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하는 등 엄격한 방역조치를 하고 있다.
네이멍구 당국은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동물을 불법 사냥하거나 먹지 말고, 마못 등 동물이 병들거나 죽은 것을 보면 즉시 신고하도록 했다.
흑사병은 쥐벼룩에 감염된 들쥐·토끼 등 야생 설치류의 체액이나 혈액에 접촉하거나 벼룩에 물리면 전염될 수 있고, 사람간에도 비말 등으로 전염된다.
흑사병 풍토지역인 네이멍구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시린궈러에서 흑사병 환자 3명이 발생해 네이멍구 초원지대에 대대적인 쥐벼룩 박멸작업이 이뤄졌다.
중국에서는 흑사병으로 숨진 사례가 2014년 3건, 2016년과 2017년, 2019년 각 1건 있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흑사병 발병에 대해 중국에서 흑사병이 잘 관리되고 있으며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WHO는 “흑사병은 드물고 일반적으로 풍토병으로 남아 있는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다”며 “중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산발적으로 흑사병 사례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흑사병은 2012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총 256건이 발생해 이 중 60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7년에도 마다가스카르에서 24명이 흑사병으로 숨졌다. 미국에서도 2015년 흑사병이 확산돼 그해 8월까지 감염된 환자 11명 가운데 3명이 숨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