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 장관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가 다뤄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간 양측은 현안이 있을 경우 수시로 만나 대화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번 만남에서 당면 현안인 연합훈련을 어떻게 시행할지 등을 우선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은 내달 중순 시행될 하반기 연합훈련을 축소할 지 연기할 지 등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훈련에 참여할 미군 병력을 충분히 동원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훈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 입장에서 이번 연합훈련의 중요도는 어느 때 보다 높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완전운용능력(FOC)을 하반기에 검증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이게 안 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군 당국은 FOC 검증에 초점을 맞춰 하반기 연합훈련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연합훈련이 축소 시행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FOC 검증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군은 FOC 검증 보다는 대북 연합 방위태세 점검에 중점을 둬 훈련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일 제6회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열정을 능력으로 혼동해선 안 된다”며 “한반도 안정의 보증수표는 훈련과 준비태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조건에서도 싸워 이길 능력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최고의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작권 전환은 올바르게 진행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많은 진척이 있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연합훈련이 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며 전작권 전환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군 안팎에서는 정 장관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전날 회동에서 FOC 검증과 방위태세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거라고 관측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훈련 축소가 불가피하더라도 한·미 양측이 바라는 부분을 모두 충족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군 관계자는 “한·미가 전적으로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어느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