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활성화 기여했는데…” 512억 과징금에 이통사 ‘한숨’

입력 2020-07-08 16:05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보조금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이동통신3사에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했다. 5G 상용화 이후 이통 3사에 대한 첫 제재로, 2014년 10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방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을 위반한 이통 3사에 이같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각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은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 순이다. 직전까지 최대 과징금 기록은 2018년 부과된 506억원이었다.

방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통 3사는 119개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을 초과하는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지급, 해지위약금 대납, 할부금 대납, 사은품 지급, 카드사 제휴 할인 등의 방식이 동원됐다.

신규 가입자보다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에 대해 22만2000원을 초과 지급했고, 고가요금제에 29만2000원을 더 지급하는 등의 이용자 차별 행위도 적발됐다. 현행법상 공시지원금의 115%를 초과하는 지원금은 지급이 금지돼 있다. 방통위는 이통 3사가 가입 유형과 요금제에 따라 과도한 차별적 판매 조건을 제시해 유통점이 부당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유통점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점도 지적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대 700~8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예상했다. 방통위가 기준으로 삼은 과징금도 775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통 시장이 침체 국면에 놓여있고, 조사 이후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점 등이 감경 요소로 작용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통사가 조사에 적극 협력했고 이후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중소 유통점·상공인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점 등을 종합 고려해 과징금을 감경했다”고 말했다.

이통사 측은 “방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예상보다 큰 규모의 과징금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ICT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징금의 강도가 센 편”이라며 “정부가 주도한 5G 활성화에 이통사가 기여한 것에 비춰볼 때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