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입법과 정책을 담당하는 다주택 여야 국회의원들과 고위공무원의 주택 매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정부의 주택 안정화 의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8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다주택 국회의원들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다주택 고위공무원들에게 거주 목적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촉구했다. 매각하지 않는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따라 관련 입법을 담당하지 않는 상임위로 이동하거나 부동산 정책 결정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기재위·국토위 소속 국회의원 56명 가운데 16명(29%)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명,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이 10명이다.
이들 중 최고 주택 부자는 국토위 소속 박덕흠 통합당 의원으로 본인 및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지역(강남·송파구)에 2채, 경기도 가평과 충북 옥천에 각각 1채씩 총 4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박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부동산 신고액은 61억원이다.
국토위 소속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2위를 차지했다. 김회재 의원은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에 각각 아파트 1채씩 모두 3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했다.
16명 중 절반인 8명이 1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다주택자였다. 민주당에선 김주영 의원, 통합당에선 송언석·유경준·이헌승·류성걸·박형수 의원이 포함됐다.
기재위·국토위 소속 고위공무원도 31%(16명 중 5명)가 다주택자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기도 의왕의 아파트 1채와 세종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을 가지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이미 분양 받은 아파트 납입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입주 후에 팔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서울 서초구와 서대문구에 1채씩, 백승주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은 세종에 아파트와 강남구에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다주택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들이 집값으로 장사하면서 어떻게 집값을 잡겠냐’는 국민들의 성토가 넘친다”며며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방지 의무에 따라 거주목적 외 주택을 처분하고 처분하지 않으려면 주거 부동산 입법 다루지 않는 상임위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주택 고위공무원에 대해서는 “고위공무원이 솔선수범해 주택을 처분하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의 표현이자 정책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보다 실효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공언한대로 7월 내 종부세 강화 입법과 임대차 3법 등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다주택 국회의원 및 고위공무원 비거주 주택 매각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시민 1323여명의 서명서를 이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