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영어성적 코로나19 영향은?… 중상위권 타격

입력 2020-07-08 15:35 수정 2020-07-08 15:54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수험생들의 영어 학력차가 예년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교육 파행이 상위권보다 중상위권에 더 큰 타격을 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8일 시행된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이 1년에 두 차례(6·9월) 시행하는 모의평가 중 첫 시험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수험생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나타날 수 있어 주목됐다.

코로나19 여파는 영어 성적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수능 영어는 9등급 절대평가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70점 이상 3등급으로 내려간다. 상대 석차가 아니라 몇 문제를 맞혔는가에 따라 등급이 갈리므로 국어나 수학 같은 상대평가 과목들보다 분석이 용이하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90점 이상을 획득한 1등급 수험생의 비율은 8.7%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 7.8%, 9월 모의평가 5.9%, 수능 7.4%보다 높은 수치다. 시험 난도가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쉬웠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2~4등급 비율은 떨어졌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2등급 수험생은 12.1%다. 지난해 6월 13.0%, 9월 14.5%, 수능 16.2%보다 낮은 수치다. 3등급의 경우 올해 6월 16.7%다. 지난해 6월 17.5%, 9월 21.7%, 수능 21.9%보다 낮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2~4등급을 합하면 44.8%인데 작년 6월(48.3%)보다 3.5%포인트, 작년 수능(56.6%)보다 11.8%포인트 적은 수치다. 반면 6등급 이하 비율은 늘어났다. 올해 6월은 34%인데 작년 6월은 30.6% 수준이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공교육 파행의 여파로 풀이한다. 학기 초부터 장기간 개학이 미뤄지고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원격 수업이 추진됐다. 학습 습관이 잘 갖춰진 상위권 수험생들은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았다는 것이다. 반면 중상위권은 가정 자율학습과 원격 수업 등에 적응하지 못하고 애를 먹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면 국어나 수학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대평가인 국어·수학에선 석차를 매겨 정해진 비율에 따라 등급을 산출하기 때문에 평가원이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격차 확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최상위권은 (6월 모의평가를) 평이하게 느꼈을 수 있지만 중위권 수험생들은 체감난도가 낮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에서 1등급을 안정적으로 받는 상위권이 국어와 수학에 더 집중할 수 있으므로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