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특혜 대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상상인이 사실상 저축은행 돈으로 사채업을 해왔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상상인이 대출을 해준 회사 10곳 중 9곳은 증시에서 퇴출됐거나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검찰은 이런 특혜 대출이 증시 개미 투자자들을 속여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김형근)는 8일 상상인그룹 유준원(45) 대표와 검찰 출신 변호사 박모(50)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주식 시세조종 공범 등 관련자 18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시제도를 악용한 자본시장의 범죄에 저축은행이 적극가담한 사실을 규명하고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신종 시세조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주로 ‘명동 사채시장’을 통해 음성적으로 조성되던 무자본 M&A(인수합병) 자금을 제도권 금융기관인 상상인 저축은행이 주도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유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들에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해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 대표는 겉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 발행해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공시상으로 상상인저축은행의 대출을 받은 상장사들은 CB를 발행하는 형식을 취했다. 인수인으로는 저축은행이 아닌 별도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정상적인 투자회사가 CB를 인수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공시에는 투자 자금이 전부 유입됐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상상인저축은행이 대출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금 담보로 돌려받았다.
결국 투자자들은 상장사가 신용으로 신규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게 됐다. 유 대표는 개인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던 상장사에 대출을 해줬는데 이후 주식을 처분해 50억원의 시세차익을 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한 것으로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정면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상상인이 부정거래를 일으킨 10개 업체 중 4곳은 상장폐지됐고, 5개는 거래정지 됐다.
유 대표는 또 이미 과거에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일명 ‘선수’로 알려져 있는 M&A 전문 브로커 A씨를 통해 M&A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미리 취득했다. 이를 이용해 ‘단타’ 주식매매로 1억2000만원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박씨는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배후에서 상상인그룹 계열사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며 금융 당국에 대한 보고의무는 불이행했다. 장외파생상품까지 합쳐 2991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주식으로 약 1년 4개월여 간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