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통제불능’이라는 볼턴에게 “난 볼턴 지시 안받는다”

입력 2020-07-08 14:53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비건 부장관이 이끄는 국무부 협상팀이 ‘통제 불능’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이들이 만들어온 북·미 합의안을 보이콧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건 부장관은 자신이 볼턴 전 보좌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다. 나는 현안과 관련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뿐 아니라 볼턴 대사로부터도 그 어떤 지시도 받지 않는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년 동안 도출한 합의를 업무상 지침으로 삼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진을 이끄는 비건 부장관을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비건 부장관이 지난해 1월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단계적 접근’을 언급한 데 대해 “국무부 협상팀이 합의에 대한 열의와 홍보에 너무 도취돼 통제 불능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노딜’ 당시 비건 부장관이 마련해온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건 부장관이 최 제1부상과 볼턴 전 보좌관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자신이 북한에 대해 유화적이지도, 강경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로지 북·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실무협상을 진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북·미 정상의) 비전이 우리 협상팀을 이끌어왔다”며 “그것은 한반도에 지속적 평화를 만들고 관계를 전환하며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더욱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