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본인 소유 반포 아파트를 매각키로 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청주 집 대신 반포 집을 팔기로 한 노 실장의 결정을 두고 여론 뿐 아니라 여권에서까지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엄격히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저는 지난 목요일 보유하고 있던 2채의 아파트 중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일요일 매매됐다”며 “청와대 근무 비서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한데 따른 스스로의 실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워져 있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노 실장은 “그러나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했다.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 매각을 결정한 것은 여권 내 비판기류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낙연 의원은 7일 노 실장이 반포 대신 충북 청주 아파트를 내놓은 것에 대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 실장에게 직접 반포 아파트 매각을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국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노 실장을 향해 “지역구(청주)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지 않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최근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노 실장이 반포 집을 판다해도 여론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노 실장은 본인 의지로 반포 집을 선택해 시장에 ‘부동산 강남불패’ 시그널을 줬다. 이후 이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이 반포 집 매각을 권고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결국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측근 공직자로서의 신념 대신 개인적 이권을 취하려다 향후 정부가 취할 부동산 대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노 실장은 한신서래 전용면적 46㎡짜리를 2006년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최근 매매 호가는 이에 비해 4배 가까이 오른 11억원에 형성됐다. 2017년에 해당 주택형은 6억5000만원에 매매됐지만 3년여 만에 4억5000만원가량 값이 올랐다. 한신서래 46㎡의 최고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 매매된 10억원이다. 노 실장은 보유 14년 만에 8억2000만원가량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신서래는 1987년 12월 준공된 4개동, 최고 12층, 전용면적 45~147㎡, 414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한신서래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이 지나 향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는 아직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재건축 추진 시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이 단지 전용 64㎡는 지난달 14억45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