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인아라뱃길 수로에서 훼손된 상태의 시신 일부가 잇따라 발견된 지 한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시신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8일 올해 5월 29일과 지난달 7일 인천시 계양구 아라뱃길 수로에서 발견된 훼손 상태의 시신 일부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 실종자 가족 수천 명의 유전자 정보(DNA)를 채취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훼손 시신의 DNA가 일치하면 혈연관계를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시신의 신원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아라뱃길 수로에서 9일 간격으로 발견된 시신 일부들은 DNA가 서로 일치해 일단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성장판이 닫힌 여성이라는 사실도 파악됐으나 신원 확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나이대 등 추가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다.
경찰은 최근 실종자 가족들의 DNA 채취 대상 거주지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실종 시점도 최근 1년에서 2년으로 넓혔다.
경찰은 순찰정 등을 수로에 투입해 나머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을 당분간 계속할 방침이다.
시신 수색과 병행하는 DNA 확인 작업에서 신원이 나오지 않으면 이번 사건이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강력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신원만 확인되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면서도 “신원 확인이 안 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실종자 가족 중에서 시신의 DNA와 일치하는 경우가 없으면 외국인이나 데이트 폭력 피해자 등으로 수사 범위를 재차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훼손된 시신 일부가 비슷한 장소에서 잇따라 나왔기 때문에 강력 사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제 사건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