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나타나 혐의 인정한 故 최숙현 ‘팀닥터’ 미스터리

입력 2020-07-07 22:08 수정 2020-07-07 22:09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개한 고 최숙현씨와 어머니의 모바일 메시지 내용. 오른쪽 사진은 최씨의 생전 소속팀 운영 단체인 경주시체육회 건물. 이용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선수와 ‘팀 닥터’ 사이에서 혐의를 부인하도록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다.

‘팀 닥터’로 불렸던 안모씨가 최 선수의 사망 사흘 전에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규봉 감독을 감싼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갑작스럽게 혐의를 인정하며 나타난 안씨의 등장 배경을 놓고 가해자 간 공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7일 “안씨가 지난 6월 23일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진술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며 “안씨가 이 과정에서 ‘김 감독에게 잘못이 없고, 경주시청 선수·관계자들에게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지난 4월 8일 최 선수의 팀 내 폭언·폭행 피해를 접수했다. 최 선수의 신고서는 김 감독, 주장 장씨, 남자 선수 김씨만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여기에 안씨의 이름은 없었다. 사건은 경북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된 뒤 지난 6월 1일에 대구지검으로 이첩됐다.

안씨는 그 이후에 등장했다.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최 선수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을 인정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알렸고, 진술서에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음주 상태로 최 선수의 뺨을 때렸지만 폭행 사유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작성했다. 최 선수가 사망한 지난 6월 26일로부터 사흘 전의 일이다.

안씨가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 진행 두 달 만에 등장해 최 선수에 대한 폭행을 시인하고 김 감독을 옹호한 점을 놓고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안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 선수들과 모의해 ‘혼자만의 범행’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김 감독과 선수 장씨·김씨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거나 “잘못이 없어 사과할 일이 없다”고 같은 입장을 밝히며 혐의를 부인한 점도 가해자 간 공모 의심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