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선수와 ‘팀 닥터’ 사이에서 혐의를 부인하도록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다.
‘팀 닥터’로 불렸던 안모씨가 최 선수의 사망 사흘 전에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규봉 감독을 감싼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갑작스럽게 혐의를 인정하며 나타난 안씨의 등장 배경을 놓고 가해자 간 공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7일 “안씨가 지난 6월 23일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진술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며 “안씨가 이 과정에서 ‘김 감독에게 잘못이 없고, 경주시청 선수·관계자들에게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지난 4월 8일 최 선수의 팀 내 폭언·폭행 피해를 접수했다. 최 선수의 신고서는 김 감독, 주장 장씨, 남자 선수 김씨만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여기에 안씨의 이름은 없었다. 사건은 경북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된 뒤 지난 6월 1일에 대구지검으로 이첩됐다.
안씨는 그 이후에 등장했다.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최 선수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을 인정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알렸고, 진술서에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음주 상태로 최 선수의 뺨을 때렸지만 폭행 사유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작성했다. 최 선수가 사망한 지난 6월 26일로부터 사흘 전의 일이다.
안씨가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 진행 두 달 만에 등장해 최 선수에 대한 폭행을 시인하고 김 감독을 옹호한 점을 놓고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안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 선수들과 모의해 ‘혼자만의 범행’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김 감독과 선수 장씨·김씨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거나 “잘못이 없어 사과할 일이 없다”고 같은 입장을 밝히며 혐의를 부인한 점도 가해자 간 공모 의심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