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다주택 여당 의원들, 집 팔아라”…“장모님 사시는 집인데”

입력 2020-07-07 20:39 수정 2020-07-07 22:31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의 불길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전 민주당이 공약했던 다주택 보유 의원들의 ‘주택 처분서약’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다주택을 보유한 의원들은 “실거주중” “사무실로 쓰고 있다” “곧 처분할 예정”이라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의 다주택 보유 의원들을 향해 ‘주택 처분 서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경실련이 집계한 민주당 의원 주택 보유 현황을 보면, 180명(21대 총선 당선인 기준) 중 2주택 이상 보유자는 42명이다. 경실련은 6·17 부동산대책 이전 투지과열지구 등에 2채 이상 보유한 의원 12명이라고 밝혔다. 강선우(강서갑·초선), 서영교(중랑갑·3선), 이용선(양천을·초선), 양향자(광주서구을·초선), 김병욱(성남시분당구·재선), 김한정(남양주시을·재선), 김주영(김포시갑·초선), 박상혁(김포시을·초선), 임종성(광주시을·재선), 김회재(여수시을·초선), 김홍걸(비례), 양정숙(비례) 의원이다.

경실련은 여기에 6·17대책 기준을 적용하면 9명이 늘어나 모두 21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이 63채라고 주장했다. 박찬대(연수구갑·재선), 윤관석(남동구을·3선), 이성만(부평구갑·초선), 박병석(대구 서구갑·6선), 이상민(유성구을·5선), 홍성국(세종·초선), 조정식(시흥시을·5선), 정성호(양주시·4선), 윤준병(정읍시고창군·초선) 의원이다.

경실련은 “민주당의 다주택 소유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소속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은 실수요 외 부동산을 즉각 처분하라”며 “총선 앞두고 보여주기식 권고를 한 뒤 이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의 ‘주택 처분 서약’이 총선용 쇼였냐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경실련은 이중 시세조사가 가능한 9명의 아파트 및 오피스텔 재산 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 4년간 부동산 가치가 평균 5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 중 박병석 국회의장이 보유한 서초구 아파트 가격이 2016년 3월 35억 6400만원에서 지난달 59억 4750만원으로 23억 8350만원이나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만 40년간 서초구 아파트에 실거주중이고 지역구인 대전 서구의 주택은 자가가 아니라 월세”라며 “서초구 아파트는 재개발에 따른 관리처분 기간이라 3년간 매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로 지목된 의원들은 “이미 팔았다”거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총 5채를 보유한 이개호 의원은 형제들이 함께 상속받은 시골집 3채와 관련해 지분 양도 및 포기 절차를 밟고 있고,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한 채도 곧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 한 채씩, 경기도에 2채 등 4채를 보유한 임종성 의원 역시 4채 모두 내놨고, 팔리는 순서대로 매각하겠다고 했다.

김홍걸 의원은 서울 마포구와 강남구, 서초구에 각각 한 채씩 세 채를 보유중이다. 김 의원은 “마포구 주택은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상속받은 것으로 기념관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강남의 실거주용을 제외한 한 채는 올 해 안에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은 “20년 된 종로구 단독 주택은 지난 6월 매각했다”며 “현재 경기도 남양주의 실거주 아파트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일부 의원들은 2채를 보유했으나 투기용이 아니라 실거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실련은 현재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조정식 의원과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윤관석 의원도 6·17대책 기준으로 2주택자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 조 의원 측 관계자는 “경기도 시흥시 지역구에 2채인데, 2003년 첫 출마 준비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이고, 나머지 한 채는 장모님이 실거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 측 관계자도 “인천시의 집은 실거주용이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배우자가 4분의 1 지분을 갖고 있는 집으로 장모님이 실거주하고 있어 마음대로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보유 중인 주택이나 오피스텔이 투기 목적의 고액 부동산이 아닌데 무조건 몰아붙인다거나, 현재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까지 포함해 다주택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용선 의원은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쓰고, 제 명의 아파트는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다. 매매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에 두 채를 보유한 이성만 의원도 “한 곳은 실거주중이고 하나는 10평 내외 소형 오피스텔인데 여러 차례 내놨지만 안 팔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상혁 의원은 “마곡동 오피스텔은 사무실로 쓰려고 매수했고, 방화동 아파트는 지난해 3월까지 실거주했던 곳”이라며 “처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 뛰는 집값에 민심 이반이 심상찮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당 차원의 대책을 고심 중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총선 기간 일부 누락됐던 의원 등을 비롯해 전체 의원들의 주택 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전체 현황을 파악한 뒤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김용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