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검언유착’ 수사팀 편파…특임검사에게 넘겨라”

입력 2020-07-07 18:03 수정 2020-07-07 18:04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현직 검사가 검찰 내부망을 통해 공개적으로 ‘검언유착 의혹’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 검사는 “수사팀이 ‘검찰총장 몰아내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희도(54·사법연수원 31기)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나를 비롯한 일선의 많은 검사가 현 수사팀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 해명하고, 해명하기 어렵다면 수사권을 특임검사에게 넘기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이 사건은 ‘검언유착’이라는 의혹 외에 소위 ‘권언유착’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인데, 사건 진행 경과를 보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런데도 현 수사팀은 수사 초기 MB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 이후 이와 관련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제보자가 검찰 출석요구에 불응하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을 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체포영장 청구 등 필요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정 부장은 또 “수사팀은 대검 부장 회의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승인받을 당시 한 검사장에게 유리한 부분은 모두 뺀 녹취록을 제출하는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검사의 객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이 자체로 감찰사안”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일선의 많은 검사들이 현 수사팀이 총장에 대한 보고·지휘는 거부하면서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상황을 직보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썼다.

정 부장은 이어 “수사팀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 및 비정상적인 행태 이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였고,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수사팀이 예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검찰총장 몰아내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일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라는 수사지휘를 내렸다. 지난 3일 열린 대검이 소집한 검사장회의에서는 윤 총장을 배제하는 지시는 적절하지 않으며, 특임검사에게 사건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법무부는 이날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수사지휘를 수용하라는 압박 메시지다. 윤 총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