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노사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취약계층 보호와 최악의 경영여건을 내세우며 극과 극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했다. 앞서 근로자 위원은 올해(8590원)보다 16.4% 높인 1만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고, 사용자 위원은 2.1% 삭감한 8410원을 냈다. 박준식 위원장은 최초 요구안 격차가 크기 때문에 수정안을 내라고 당부했다.
노동계는 이날 ‘대통령 공약’을 내세워 경영계를 압박했다. 근로자 위원인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계가 요구한 인상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라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공약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8590원이기 때문에 이미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의 1만원 요구를 ‘무리다’ ‘억지다’라고 하기 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지적하라”고 덧붙였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위한 제도이지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사용자 위원 측은 최저임금 삭감안을 철회하고 본래 목적에 맞는 인상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불안을 일으킨다는 통계나 연구결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을 치켜세우는 등 우군 확보에 열중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공익위원은 전문 식견과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며 “공익위원이 책임성을 갖고 안을 제출해 논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립할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공표해 금액을 중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류 전무는 또 “산업현장에서는 일감 자체가 없어 빚으로 버티고, 청년들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산업현장 상황을 반영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정부지원금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립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공익위원에 손을 내민 것에 대한 경계의 표시이자, 민주노총이 박 위원장과 권 교수가 재직 중인 대학까지 찾아가 투쟁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권 교수는 “노사 또는 기타 여러 단체에서 노사위원, 공익위원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이나 성명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