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에 더 이상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토지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규모 외국자본을 유치해 고급 휴양시설과 카지노, 빌딩 등을 짓는 발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제주 미래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JDC 문대림 이사장은 지난 1일 제주 외자유치 1호 사업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폐기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 방식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을 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땅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미래 동력)사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외자 유치의 필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지던 “고층 빌딩과 카지노에서 사업성을 얘기하던 시대도 이미 지났다”고 부연했다. 문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지금까지 제주도정이 지향해 온 성장 방점을 비켜가는 것으로, 향후 제주의 비전 설정과 개발 방식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02년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의 미래 비전을 ‘국제자유도시’로 설정한 이후 제주도정과 JDC는 자본 유치를 통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에서 제주의 발전 동력을 찾아왔다. 대법원 인허가 무효 판결과 이에 따른 투자자 손배소송으로 JDC를 난감하게 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역시 국제자유도시 출범과 함께 시작된 제주 7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다. 투자자 유치에서 사업 무산까지 15년간 이어진 ‘버자야 사태’가 JDC의 운영 기조 전환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은 버자야 그룹이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74만4205㎡에 50층 규모의 호텔과 휴양 콘도미니엄 카지노 의료 상가 문화시설 등을 짓기로 한 사업이다.
버자야 그룹과 JDC는 2008년 합작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를 설립한 후 2013년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사회기반시설과 콘도 공사를 하던 중 2015년 3월 대법원이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그해 7월 공사가 중단됐다.
토지주 중 일부가 당초 유원지로 결정된 도시계획시설 부지에 토지 수용의 목적에 맞지 않는 휴양관광단지가 들어선다며 소송을 냈는데 대법원이 토지주의 손을 든 것이다. 법원은 더 나아가 유원지와 무관한 사업계획을 승인한 행정의 인·허가 자체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업은 1단계 공정을 60% 완료한 상태에서 멈췄다. 버자야 그룹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5년. JDC는 초기 투자금인 1250억원을 물어주는 조건으로 어렵게 투자자 측과 소송 취하 등 합의점을 찾았지만 ‘내 땅을 되돌려 달라’는 토지주들과의 남은 소송, 버자야 측이 짓다만 건축물 뒷처리, 새사업 추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더 들이게 됐다. 공공기관으로서 신뢰감 상실이라는 상처도 안았다.
‘2조5000억’ 제주 제1호 외자유치사업은 주민과 마을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토지주 주민들은 토지 수용이 시작된 2005년 이후 지난 15년간 생업을 뒷전으로 한 채 소송에 매달렸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화문석을 만드는 왕골까지 재배됐던 제주의 대표 청정 예래마을에는 짓다만 147동의 건물들만 을씨년스럽게 남았다.
제주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고 매달렸던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 사업이 행정의 무리한 절차 추진과 불통으로 사업을 좌초시키는 빌미를 제공, 결국 제주 최대 민폐 사업을 만들고 만 것이다.
JDC 관계자는 “합의금 외에 공사과정에 정리가 안 된 수습비용까지 전부 우리의 몫이 됐다”며 “사업 재추진의 길이 열린다면 주민과 소통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 이익을 최대화 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