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유학생 사라지자 대학가도 ‘휘청’

입력 2020-07-07 17:29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고시텔 방이 7일 오전 텅 비어있다. 외국인 유학생 등의 발길이 끊기며 이곳의 방 40개 중 30여개가 빈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외국인 유학생이 빠져나가자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던 대학가가 휘청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고시텔을 운영하는 A씨는 7일 불이 꺼져있는 고시텔의 복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고시텔을 찾던 유학생 및 외국인 관광객이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월부터는 계속 이 모양”이라며 “우리 고시텔에 방이 40개인데, 지금은 30개 이상이 비어있다”고 했다. 이어 “4~5층은 아예 전기 스위치도 꺼놨어요”라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학생으로 가득했던 신촌의 원룸촌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리 계약했던 유학생들은 대거 입주를 취소했고 신규 계약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 동네 원룸 계약 절반은 외국인 학생이 했는데 지금은 (외국인 계약이) 95% 이상 줄었다”며 “자기 매물 챙겨달라는 건물주들 전화가 계약 문의보다 더 많이 온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유학생 대상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소상공인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점심시간에 찾은 신촌의 한 양꼬치집은 아예 문을 잠그고 있었다. 사장 나모씨는 “(유학생) 단골 얼굴 못본 지 6개월이 넘었다”며 “임대료 감면액과 정부 지원금을 더해도 월 170만원씩 적자”라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식당 주인은 “우리는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근처에 문닫은 식당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학교와 학원 등 외국인 대상 교습시설도 유학생 급감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평소 한 학기 수강생이 1800명에 달했지만 올해 1학기엔 절반을 조금 넘는 1000여명만 등록했다. 본교의 외국인 휴학생 수도 전년 동기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설 학원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서울의 한 외국인 대상 한국어학원은 7월 현재 수강생이 40명 뿐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서울 외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2000명 이상인 대전의 한 사립대에선 1000여명의 유학생이 1학기에 자국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다. 이 대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생계형 건물주들의 타격이 너무나 크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 의존률이 높은 지방대는 타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사진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