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절규 “못해준 것만 왜 그리 생각 나는지…”

입력 2020-07-07 17:19

“딸에게 못 해준 것만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김용복(69)씨는 “민방위 훈련에 따라가겠다던 딸을 못 따라오게 하며 때린 게 지금도 후회된다”며 이 같이 말하고 울먹였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희생자인 김양(당시 8세)의 아버지 김씨는 7일 딸이 당시 이춘재에 의해 살해된 장소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 A근린공원을 찾아 추모의 국화꽃 한다발을 힘없이 내려 놓았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딸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고, 힘들게만 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좋은 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말하며 길게 한 숨을 내뱉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30분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김씨가 꽃다발을 놓은 장소 주변은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들이 발견된 야산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울먹이던 김씨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며 “(이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당시 수사관들을 원망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양 실종사건’을 이춘재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팀과 피해자보호계 소속 직원 5명도 이 곳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양의 유골 등을 찾기 위해 A근린공원 일대에 연인원 1180명과 지표투과 레이더(GPR) 5대 등 장비를 투입해 6942㎡를 9일 간 수색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성=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