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약발’ 안 먹힌 제주항공…이스타 파산 위기 “이상직 나서야”

입력 2020-07-07 16:41

제주항공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을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이스타항공의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스타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하자 업계 안팎에선 ‘실질 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설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7일 자료를 내고 “이 의원이 헌납한 이스타항공 지분의 실제 가치는 8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걸로 체불임금 260억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스타의 주장은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또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스타 측의 각종 의혹은 제주항공이 매수하려고 한 지분의 정당성에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최근 이 의원 일가에 제기된 ‘편법 증여 의혹’이 M&A에 부담이 된다고 에둘러서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제기한 ‘제주항공 책임론’도 강하게 반박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은 모두 이스타가 내린 결정”이라며 “당시 제주항공은 운항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셧다운을 조언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이스타 측에서 계약 내용을 왜곡 발표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이달 15일까지 미지급금 1700억원 해결 등 계약 선행조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노사의 공격과 정부의 압박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 사실상 M&A가 무산됐다고 본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날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제주항공은 인수 후 이익을 위해 이스타항공이 자력 회생할 기회를 박탈했다”며 제주항공을 비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3일 이 의원과 채형석 애경그룹(제주항공의 모 회사) 부회장을 차례로 만나 M&A 성사를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압박의 약발이 안 먹힌 것”이라며 “노 딜(no deal)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계약 파기시 자본잠식상태인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직원 1600여명이 가장 큰 피해자다. 망한 회사와 책임을 회피하는 제주항공, 그 어디에서도 200여억원의 체불임금을 받아내기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창업주인 이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양사 간 거래가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직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침묵을 지키는 이 의원이 나서서 탈세 의혹을 해명하고 체불 임금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