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가혹 행위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고(故) 최숙현 선수를 향해 학대행위를 주도한 자칭 ‘팀 닥터’ 안모씨를 둘러싼 의혹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 등은 조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안씨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향후 추가 피해자 조사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피해자 조사를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가 피해자 진술을 충분히 확보하는 대로 안씨에게도 출석요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현재 추가 피해자를 15명 정도 확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보도대로) 안씨가 잠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앞서 변호사를 대동하고 출석해 이미 조사를 받은 바 있고 검찰로 사건을 이첩한 직후 출국금지 명령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도 경찰은 안씨의 연락처를 확보한 상태다.
다만 안씨를 둘러싼 의혹은 현 수사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풀리지 않은 게 많다. 일단 그가 팀 닥터 직책을 맡길만한 자격이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전날 김 감독은 국회에 출석해 “안씨가 병원 일을 관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이 있는 숙소에 와 치료를 했다”면서 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치료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한 안씨가 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안씨가 해당 병원에서 의료 관련직이 아닌 청소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김 감독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먼저 조사하고 있다. 경북지방청 광수대 관계자는 “6일 김규봉 감독이 국회에서 안씨가 가지고 있다 말한 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 또는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실제 가졌는지 여부에 대해 당일 각각 관할부처·기관인 한국자격검정평가진흥원과 보건복지부에 확인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안씨와 장씨 부모, 김 감독과의 관계도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 학부모에게 급여를 받는 처지인 안씨가 어떻게 선수들을 폭행하고 성추행 할 수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감독이 시종일관 안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대하고 심지어 ‘콩비지 찌개’를 끓여 대접할 정도로 모셨다는 점, 애초에 안씨를 팀에 소개한 게 장씨 모친이라는 보도 등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협회 측은 가까운 시일 내 안씨를 폭행과 사기,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경주시청 역시 안씨 고발을 검토 중이다.
검찰 수사 과정이 공개되기 전까지 안씨를 둘러싼 의문들은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씨가 생전 김 감독과 안씨 등을 고발한 사건은 경주경찰서 조사가 끝나 지난 5월 29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이 송치된 상태다. 대구지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과정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공개심의위원회를 아직 열지 않았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시점에서는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개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지방청은 경주서 수사관들이 선수 등 참고인에게 “벌금 2~30만원으로 끝날 것”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