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까지 참전…MLB·NFL 구단 ‘개명 논란’

입력 2020-07-07 11:03

미국 프로스포츠계에서 최근 시끄러운 구단 개명 논란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끼어들었다.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을 인종차별적으로 지칭한 이름이 옳지 않다는 주장을 향해 특유의 비아냥거리기로 나선 모습이다. 정치적 올바름 관련 논란을 마뜩잖아 하는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구단 이름은 나약함이 아니라 강함을 나타내려 짓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유명 스포츠 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이름을 바꾸려 하는 것 같다. 엘리자베스 워런처럼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매우 화가 났겠지!”라고 적었다.

워런은 앞서 트럼프와 강하게 대립했던 민주당 대선주자 출신으로 과거 스스로가 주장하듯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 맞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트럼프는 이 논란을 자주 언급하며 워런을 비하하는 데 이용했다. 이번 발언도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 중 하나를 깎아내림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트럼프 지지층에 비해 중요시하는 자유주의 진영의 태도를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9세기 창단된 역사 깊은 구단이다. 과거 추신수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미 프로미식축구(NFL) 워싱턴 레드스킨스 역시 미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다만 전통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적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인디언스는 120년 넘는 역사 동안 월드시리즈를 단 두 차례 우승했다. 레드스킨스도 80~90년대 짧은 전성기를 겪은 뒤 최근에는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두 구단은 최근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퍼진 뒤 팀 구단명과 로고 등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았다. 과거 인종차별적인 역사를 반성 없이 내세운 것이라는 이유다. 두 구단은 논란이 벌어지자 실제로 구단명 교체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전부터도 아메리칸 원주민 단체들은 개막전 시위 등을 통해 이 두 구단에게 구단명을 바꾸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이 요구가 주목받은 건 인종차별 운동이 화제로 떠오른 최근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