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문화예술계를 되살리기 위해 15억7000만 파운드(약 2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6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은 이날 문화예술계 긴급구제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으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극장 등 각종 문화시설이 두루 포함됐다. 문화예술기관은 정부에 보조금이나 대출을 신청할 수 있으며 독립적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지원서를 평가해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영국 정부가 이번 지원안에서 특히 초점을 맞춘 건 영국 지역 문화기관이었다. 지역 문화회관을 위해서만 11억50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원)이 책정됐는데 이 중 8억80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원)는 보조금으로 사용되고 2억7000만 파운드(약 4000억원)는 대출금으로 각각 운용된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에도 일정 기금이 전달될 예정이다. 1억 파운드(약 1500억원)는 국립 문화 기관 등에 지원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걸어 잠근 공연예술계를 재개하기 위한 5단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무관중 방식의 공연 재개로 시작해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적용한 공연에서 최종적으로 모든 실내·야외 공연을 재개하는 형태의 이 로드맵은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물론 재정 지원 방안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현지 공연계로부터 뭇매를 맞았었다.
영국 정부의 이번 재정 지원책은 과감한 예산 투입 없이는 공연계의 숨통을 틔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영국 내 극장의 약 70%가 올 연말에 유용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겪는 어려움은 비슷한 데도 한국 문화예술계 지원은 이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어서 국내 공연계 안팎에서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우든 장관은 “이번 지원책은 모두 새롭게 마련된 재원”이라며 “로열 앨버트 홀이나 국립 미술관 등을 지키는 한편 영국 전역의 지역 기관들을 돕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지원으로 예술 그룹과 장소 등이 도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예술 분야를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