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딜 클로징 되면 체불 임금 주겠다”…이스타노조, 녹취파일 공개

입력 2020-07-06 17:31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자료 문서.

제주항공이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증거를 이스타항공 측이 공개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이스타항공 경영 악화 책임 소재를 두고 양사 간 폭로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이 전 노선 운항을 멈추기 전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6일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최 대표는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 부분이 사라지는 거여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라며 “그럼에도 지난번 회의 때 (제주항공 측에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기에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을 하고 난 뒤에 희망퇴직 등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며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셧다운) 맞다”고 답했다.

이번 M&A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임금체불 문제도 언급됐다. 최 대표는 “희망퇴직하는 직원에겐 임금을 다 주지만 남아있는 직원은 향후 제주항공이 미지급금을 다 줄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이 당시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며 “딜클로징이 되면 가장 우선순위가 임금”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제주항공이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조종사 노조는 당시 양사 직원들이 진행한 회의록도 공개했다. 이 회의록에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운항 승무직 90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을 구조조정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구조조정 인력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도 계획에 포함돼있다.

최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녹취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모르겠으나 유감”이라며 “통화 내용에 나오듯 제주항공은 여러 차례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구조조정과 셧다운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와서 딜을 파기하려고 하니 억울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달 15일까지 체불된 임금, 영업비 등 최소 8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이스타항공에 통보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의 폭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르면 7일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날 오전 열린 이스타항공 임시 주주총회는 제주항공의 미참여로 지난달 26일에 이어 또 다시 무산됐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