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회적 거리두기 후 물가 급등?

입력 2020-07-06 16:53 수정 2020-07-06 16:55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이후 상당수 품목 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장기 불황이 예고된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달파진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경제학과 자비에르 자라벨 조교수 등은 최근 ‘대규모 봉쇄기간 중 인플레이션 급증 및 제품군 감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봉쇄조치 기간의 소비재 거래 자료를 활용해 인플레이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물가가 눈에 띄게 급등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해 1~3월 0%대로 예년 수준을 유지한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이동제한 조치 시행 첫 달에 해당하는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한 달 사이 2.4% 포인트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은 3월 23일 봉쇄조치를 도입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종전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비교 대상 기간인 2013년 이후 약 8년간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해당 기간 물가상승분의 절반 이상은 가격 할인 등 판촉행사가 대폭 감소한 데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판촉행사 빈도 감소가 봉쇄조치 기간 인플레이션의 중요 동력임을 보여준다”며 “판촉행사 요인을 제외한 4월 18일~5월 17일에는 약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동제한 기간 동안 상품 다양성 축소도 물가상승률을 0.85% 포인트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통상 시장에 나와 경쟁하는 제품이 적어지면 물건값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상품 다양성 감소 영향을 반영했을 때 봉쇄조치 첫 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 포인트 넘게 뛰었다.

인플레이션은 생산 감소 품목을 비롯한 대부분 제품군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5월 절반을 넘겼던 물가 하락 제품 비중은 올해 봉쇄조치 이후 13%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절반가량 가구가 물가 하락을 경험한 것과 달리 올해는 96% 가구가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소득 수준이나 주소비자 연령대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받았다. 소득 상위 25% 가구는 하위 25% 가구보다, 56세 이상 가구는 35세 이하 가구보다 각각 0.20% 포인트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연구진은 “대부분 가구와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전에 없이 높은 인플레이션이 봉쇄조치와 동시에 나타났다”며 “중앙은행 등은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