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사생활을 관찰한다는 콘셉트에 컨설팅을 더한 관찰 솔루션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비교적 낡은 포맷이 된 ‘관찰’이라는 틀에 맞춤형 노하우를 녹여 정보전달 역할까지 한다는 의도다. 관찰예능의 포화로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의 시선을 끌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전문가가 제시하는 솔루션이 일반화될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방송가 주류 아이템은 ‘관찰’이었다. MBC ‘나혼자 산다’,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대표적이다. 스타의 일상을 지켜보며 패널들이 한 마디씩 거드는 큰 포맷은 같지만 결혼하지 않은 자식의 일상을 어머니가 지켜보거나 매니저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등 차별점을 뒀다. 노출하지 않았던 스타의 사적인 영역에 침투한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여겨졌으나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이제는 익숙한 포맷이 됐다.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스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관찰이라는 포맷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제작진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면서 솔루션을 접목한 관찰예능을 다수 론칭한 것은 이 때문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KBS2 ‘개는 훌륭하다’가 컨설팅을 도입해 인기를 끌자 관찰예능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틀을 확장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관찰예능 대부분은 솔루션과 결합한 방식”이라며 “공익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재미와 정보를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틀은 비슷하지만 프로그램마다 성격은 다르다”며 “tvN ‘신박한 정리’나 MBC ‘공부가 머니?’의 경우 솔루션에 집중해 현실을 바꾸고 일상을 돕지만 SBS ‘박장데소’는 아직은 관찰이 메인이라 재미에 더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tvN ‘신박한 정리’는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정리의 신’ 신애라가 출연해 의뢰인의 상태를 진단하고 조언을 건넨다. SBS ‘박장데소’는 데이트 컨설팅을 표방했다. 4일 방송에는 “올여름에는 연애하고 싶다”는 김호중의 의뢰를 받고 ‘제로 칼로리 데이트’ 코스를 짜는 장도연의 모습이 담겼다.
MBC ‘공부가 머니?’는 지난해 말 정규 편성된 에듀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이다. 현재 클립 영상으로 재가공된 솔루션 내용이 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의뢰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교육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제시한다. 최근 방송에서는 트로트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남승민이 의뢰인으로 등장해 특히 부진한 수학 과목의 등급을 올리는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다만 사적인 문제를 토대로 한 맞춤형 솔루션이 자칫 보편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평론가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공부가 머니?’의 경우 결국 전문가의 솔루션은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관찰 솔루션 예능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패널이 등장해 조언을 해주는 형식이다 보니 시청자는 이를 정답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며 “솔루션을 제시할 때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솔루션보다 문제 자체에 집중할 경우 당사자가 과도한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연출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