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고 최숙현 선수 호소 4개월 가까이 나몰라라

입력 2020-07-06 15:54 수정 2020-07-06 15:55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왼쪽).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남긴 문자.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도움 요청을 수개월 동안 방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 등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 선수 아버지는 경주시청을 찾아 가혹행위에 대한 민원을 처음 제기한 것은 지난 2월 6일이다. 경주시는 당시 사건을 가볍게 받아 들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담당 국장에게 한 서면보고와 부시장에게 구두로 보고한 것이 전부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 2명은 1월 17일부터 3월 16일 일정으로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떠난 상태였다. 결국 이들에 대한 조사는 미뤄졌다.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뒤에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주시의 미온적인 대응에 최 선수측은 지난 3월 5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3월 9일 경주경찰서에 조사를 이첩했다.

경주서는 3월 19일 폭행 등에 대해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 4월 22일부터 5월 28일 사이 피의자 및 참고인을 조사했다. 이후 5월 29일 피의자 4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 사이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는 어떠한 조치도,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경주의 한 시민은 “경주시와 시체육회가 최 선수 측의 민원 제기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어떠한 변명으로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