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급차 막은 택시 형사법 위반 인정되면 추가입건”

입력 2020-07-06 14:05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택시기사에 대해 형사법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바로 추가 입건하겠다는 것이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택시기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되어 있으며 추가적인 형사법 위반 여부도 수사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업무방해’ 등 여러 사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모두 전반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며 “택시기사와 구급차 기사, 구급차에 동승한 가족을 조사했고 망자가 숨진 병원 의료진의 진술서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택시기사의 방해로 병원 이송까지 지체된 시간이 응급환자의 사망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히는 것도 이번 사건의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강동경찰서는 기존 교통범죄수사팀이 조사하던 이번 사건에 형사과 강력팀을 추가로 투입해 형사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려던 사설 구급차가 택시와 충돌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고 직후 택시기사는 접촉사고 처리를 먼저 하라며 구급차 기사와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는 구급차 안의 환자를 사진으로 찍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구급차가 도착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환자는 약 5시간 뒤 끝내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 측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관에게 죄목을 물었는데 현행법상 적용할 법이 업무방해죄 정도라는 말이 돌아와 분통하고 화가 났다”며 “사건 발생 이후 택시기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던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유가족 측의 청원글에는 이날 오후 1시40분 기준으로 55만8029명이 동의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