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물품 수입해왔는데 내 휴가로 자가격리하라니…”

입력 2020-07-06 10:36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물품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선원이 일반 입국자로 분류돼 14일 동안 자가격리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자가격리로 인해 출근하지 못할 경우 회사가 이를 유급휴가로 처리해 휴가 일수에서 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신을 한 국적 해운회사에 근무 중인 선원이라 밝힌 청원인은 “우리 선원들은 전 세계 사람 모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을 두려워할 때 다른 나라에 들어가 손 소독제의 원료와 마스크의 원자재를 수입해왔다”면서 “그런데도 감염 고위험군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상륙 제한, 교대 제한, 방선 제한 등으로 선원들은 철저히 고립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원인은 “우리 선원들은 떠다니는 감옥에 수감된 것처럼 외부와 단절되었지만 우리가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린다는 생각으로 감내해왔고 선상에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그 누구보다 철저한 방역 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국한 선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가격리였다. 지난달 22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냉동 화물선에서 19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선박 검역이 강화된 것이다. 청원인은 “정부가 무작정 오는 13일부터 하선한 선원들에게 14일 자가격리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검역관이 부족해 검역이 허술했다는 행정 무능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선원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원들이 유급휴가를 써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청원인은 “자가격리 14일에 대해서 어떠한 지원 없이 우리 선원들의 유급휴가를 소진하여 격리하라고 한다”면서 “코로나 대응 지침상 연차 휴가 강제 소진이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선원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입국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반 입국자로 취급돼 본인 휴가 써서 자가격리하라고 한다. 선상에서 휴일도 없이 묵묵히 일하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휴가를 부여받고 있는데 이것마저 내려놓으라고 강요한다면 승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국가가 필요로 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방에 투입되어 물자 운송을 한 게 우리 선원들”이라며 “무조건적인 자가격리 대신 검역 강화 방안으로 하선자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고, 음성 판정을 받을 시에는 능동 감시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