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VIEW] 여론조사 앞서는 바이든…“대선 끝날 때까지 이긴 것 아니다”

입력 2020-07-06 08:28
바이든, 전국·격전지 여론조사 ‘모두’ 앞서
“대선 패배할 길 만(萬) 가지 있다” 안심 못해
대선 전, 코로나 백신 나오면 바이든 ‘불리’ 전망
바이든, 여론조사 우위 ‘대선 표차’로 굳히기 온힘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6월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연설을 하기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의식해 외부 행사에 참석할 경우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뉴시스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흑인 사망 항의 시위라는 ‘이중고(二重苦)’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는 만(萬) 가지 길이 있다”면서 안심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목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여론조사 우위를 대선 표차로 굳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라진 440만명’을 투표장으로 다시 이끌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라진 440만명은 2012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찍었으나, 2016년 대선에서 투표장을 찾지 않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 못한 유권자들을 의미한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바이든 캠프는 지지층의 투표율 올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는 대선 투표함이 열릴 때까지 이긴 것이 아니라며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진보 성향과 흑인 등 지지층들에 “투표하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여론조사 앞서지만…대선까지 장애물 많아

최근 여론조사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만한 여론조사는 경제전문 CNBC방송과 체인지 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여론조사와 격전지 여론조사,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국 유권자 166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49%의 지지율을 얻으며 41%에 그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8%포인트 차로 앞섰다.

미국 격전지 6개주(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위스콘신주·플로리다주·노스캐롤라이나주·애리조나주) 유권자 37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6전 전승’을 거뒀다.

USA투데이가 서포크 대학과 공동으로 지난달 25일∼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46%)은 트럼프(37%)를 9%포인트 차로 제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성공회 소속의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어 올리는 모습의 사진 촬영을 위해 백악관에서 출발해 걸어가는 도중에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가 ‘정의(Justice)’, ‘평화(Peace)’ 등 단어를 낙서로 써놓은 담벼락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리 수까지 벌어지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흑인 시위대를 폭도·급진 좌파로 부르며 미국 정치의 금기(禁忌)인 인종차별 전략까지 꺼냈지만 오히려 온건한 성향의 백인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역효과가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4개월은 대선 판도를 뒤엎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민주당은 바이든이 참패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승리를 장담하기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

“11월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 나오면 바이든 불리”

민주당이 바라보는 변수는 두 가지다. 바이든의 개인적 문제와 바이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다.

먼저 바이든의 개인적 문제를 보면, 대선 TV토론이나 선거유세, 기자회견 등에서 초대형 헛발질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의 집요한 인신공격도 넘어야 할 벽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27년 전 성폭력 의혹처럼 의외의 암초가 부상할 위험도 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을 위기로 몰 외부 변수로 11월 대선 이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을 꼽았다. 폴리티코는 또 코로나19로 휘청거렸던 미국 경제가 다시 호전되는 상황도 바이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이다. 198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는 한 때 여론조사에서 17% 포인트나 앞섰으나 공화당의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후보에게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클린턴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압도했으나 대선에선 진 것은 아직도 민주당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바이든 진영 “투표해야 이긴다…사라진 440만명을 투표장으로”

1988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때는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눌렀던 2008년 대선이었다. 당시 투표율은 58.23%.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투표율(54.87%)이 내려갔다가 2016년 대선에서 투표율이 55.67%로 미세하게 상승했다.

2012년과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율에 인종별 투표율을 대입하면 의미심장한 결과가 발견된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던 2012년 대선 전체 투표율은 하락했으나 흑인 투표율(66.6%)은 정점을 찍었다. 반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겼던 2016년 대선 투표율은 2012년 대선보다 0.8%포인트 올랐으나 흑인 투표율은 59.6%로, 7%포인트나 기록적으로 빠졌다. 흑인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은 것이다. 또 2016년 대선 백인 투표율은 65.3%로, 2012년 대선(64.1%)보다 소폭 늘었다.

민주당이 도저히 질 수 없었던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단순히 흑인 문제만이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찍었던 유권자 중 440만명이 2016년 대선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 이 중 흑인은 160만명으로 추산됐다. 버나드 프라가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교수 등 4명의 연구진이 2016년 대선을 분석한 연구결과에서 이같이 조사됐다.

오바마를 찍었던 440만명이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민주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나, 클린턴이나’ 똑같이 백인 기득권층으로 인식해 기권했다는 것이다. 둘째,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너무 앞서고 있어 굳이 투표장을 가지 않아도 생각할 만큼 방심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무려 286만 8686표를 더 받았으나 선거인단 득표수에서 뒤지며 백악관을 빼앗겼다. 클린턴은 최대 격전지 3개주에서 1%포인트 미만의 표차로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미시간주(0.23% 포인트), 펜실베이니아주(0.72% 포인트), 위스콘신주(0.77% 포인트)였다. 사라진 440만명이 투표장을 찾았다면, 지금 백악관의 주인은 클린턴이 됐을 것이다.

바이든이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한 지지를 천명한 것도 흑인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미 공영방송 PBS가 보도했다. 진보 성향의 백인과 젊은 층도 바이든이 투표장으로 이끌어야 할 타깃들이다.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인해 우편 투표를 확대하는 방침에 대해 “우편 투표는 선거 사기”라면서 거세게 반대하는 것도 투표율이 오르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