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측면을 끊임없이 파고든 송민규의 배짱 넘치는 활약이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를 끌어올렸다. 반면 상대 성남 FC는 이날 K리그 300경기째를 치른 양동현이 다시 봉쇄당하며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줬다.
포항은 5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성남을 상대로 1대 3 승리를 거뒀다. 포항의 왼쪽 날개로 선발출장한 송민규는 호쾌한 중거리로 포문을 연 데 이어 두 골 차로 앞선 후반 초반에도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일류첸코의 골에 준 도움까지 합쳐 2골 1도움의 대활약이다.
이번 경기는 무승 행진에 칼을 갈고 나온 성남과 최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포항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성남은 지난 9라운드에서 부산에 무승부를 거두기까지 4연패 중이었을 정도로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반전이 필요했다. 반면 포항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FC 서울과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여태 패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 전력을 뽐내왔다.
포항은 시작부터 송민규가 위치한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일류첸코가 송민규와 공을 주고받으며 플레이를 풀어나갔고 반대편은 팔라시오스에게 홀로 맡긴, 비대칭 형태의 공격 진형이었다. 일류첸코와 송민규의 합이 돋보였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심동운도 돌아 나와 이들을 도왔다. 포항은 전반 중반부터 슬슬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포항 공격의 첫 포화를 연 것도 왼쪽을 계속 공략하던 송민규였다. 전반 22분 심동운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쪽의 송민규에게 공을 찔렀다. 공을 받은 송민규는 상대 수비를 앞에 둔 상태에서 자신있게 오른발 중거리를 시도했다. 상대 수비 발에 맞고 굴절된 슈팅은 김영광 골키퍼의 손을 넘어 성남 왼쪽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송민규와 일류첸코의 콤비 플레이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성남의 공격 직후 바로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던 일류첸코가 왼쪽 측면의 송민규에게 공을 찔렀다. 송민규가 곧바로 공을 톡 찍어 올려보내자 일류첸코는 성남 수비 마상훈을 뿌리치고 미끄러지며 공을 골망 안에 가볍게 밀어 넣었다. 포항의 두 번째 골이었다. 송민규는 후반 4분에 다시 골문 왼쪽 측면에서 일류첸코에게서 가슴으로 공을 넘겨받아 정확하게 슈팅, 추가골을 넣은 뒤 후반 23분 교체됐다.
이날 포항에서는 최근 팀과 겉도는 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임대설이 돌았던 팔라시오스도 새삼 빛났다. 그간의 비판을 의식하듯 뒤에서부터 달려 들어와 성남 역습 고리를 끊어내는 장면이 돋보였다. 팔라시오스는 후반 21분 심동운이 역습 상황에서 질주하다 슈팅한 공을 김영광 골키퍼가 막아내자 이를 반대편에서 쇄도하다가 슈팅, 포항의 4번째 골을 집어넣었다. 본인의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이날 경기로 포항은 ‘2강’ 전북과 울산 바로 밑까지 따라붙었다. 10라운드 기준으로 2위 울산과의 승점차는 4점이다. 이날 광주 FC를 상대로 승리한 대구 FC와 같은 승점이다. 다만 이날 상주 상무가 전북을 상대로 예상 외의 승리를 거두면서 3위 자리는 포항과 대구를 1점차로 앞선 상주가 차지했다.
한편 성남은 이번 경기에서도 상대의 ‘양동현 봉쇄법’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경기 과정에서 포항 수비 하창래는 양동현을 일대일에 가까울 정도로 강하게 마크하며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양동현은 이날도 아래로 자주 내려오며 미드필더를 도와 성남 공격을 풀어나가려 했지만, 미드필드에서는 오닐과 최영준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코너킥 기회에서 골망을 가르기도 했지만 VAR 판독 끝에 노골 판정을 받은 게 아쉬웠다.
성남이 상대 수비 분산을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나상호는 이날 선발출장했으나 별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오랜 부상에서 복귀한 서보민이 왼쪽 측면에서 그나마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게 위안거리였다. 19세 나이로 선발 출장한 미드필더 전승민 역시 이날 중간중간 날카로운 패스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교체로 나온 외국인 공격수 토미도 강력한 중거리로 골대를 맞추고 후반 추가시간 양동현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음 경기를 기약할만한 모습이었다.
성남=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