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어떻게… ‘대학 특별장학금→정부 보전’ 유력

입력 2020-07-05 18:00

정부·여당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에 부응해 국고 1000억원을 투입키로 하면서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환불 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교육부가 이달 중으로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대학들이 구체적인 환불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특별장학금 명목으로 등록금 일부를 학생에게 돌려주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 유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5일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담긴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지원’ 예산 1000억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이달 중으로 사업계획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지원’ 예산은 4년제 대학에 760억원, 전문대에 240억원 배정됐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대학에 통보하면 각 대학들이 사업계획을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가 심사해 대학에 돈을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재정 여건을 분석하고 특별장학금 지원 여부와 교육의 질 제고 노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지원되는 예산은 온라인 수업과 방역, 교육환경 개선 및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등에 쓰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장학금 지원을 꼬리표로 달고 있어 대학가에선 ‘대학생 달래기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당 의원들도 “등록금 반환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특별장학금은 등록금 부담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형태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의 10% 안팎을 환불 기준으로 책정하고 학생회 등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학생들의 요구는 등록금의 20~30% 수준이어서 논란이 잦아들지 미지수다.

만약 등록금 부담액의 일정 비율을 환불받게 되면 중산층 이상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이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대학 학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가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많이 지원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소득 9분위 이상에는 국가장학금을 주지 않는다. 국가장학금 수혜율은 서울의 유명 사립대의 경우 현저하게 낮은 비율을 보인다. 반면 지방의 대학들은 50%를 훌쩍 넘기는 곳도 많다.

또한 등록금이 비쌀수록 돌려받는 금액도 커진다. 등록금이 비싼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 지방의 국립대에 진학한 학생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전공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어 등록금이 비싼 의대에 다니는 학생은 인문대 학생들보다 많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이 학생에게 등록금을 환불해주는 차원이라면 등록금을 많이 낸 학생이 많이 받는 게 당연하지만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권 침해는 저소득층도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 오히려 더 힘들다. 이들이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세심한 특별장학금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