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육자랑’에 외교적 고립 자초…인도,영국,캐나다 ‘반중‘ 노골화

입력 2020-07-05 17:56 수정 2020-07-05 18:4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태우고 있는 인도 시민들.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인도와의 국경 지역 유혈 충돌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과정에서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공세적 외교를 펼치다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산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인도는 중국을 겨냥해 군사력 증강에 본격 나섰고, 영국은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중국의 화웨이를 배제키로 했고, 캐나다도 대중국 제재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국의 ‘근육 자랑’이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독이 되고 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 충돌로 20명이 사망한 인도는 육상 전력 뿐아니라 해상 전력에서도 중국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인도 해군은 지난주 인도양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와 합동 군사훈련을 가졌다. 이는 인도가 구상하고 있는 미국, 호주, 일본 등 4국 합동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인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 3국 해군과 각각 정기적인 양자 훈련을 해 왔으며, 인도와 미국, 일본이 함께하는 인도양 ‘말라바르’ 연합 훈련에 호주를 초청해 4국 훈련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다. 인도는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비슷한 계획을 준비하는 등 미국과의 군사교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의 해군 전문가인 리제는 “인도는 자국 해군만으로 중국과 경쟁할 수 없지만, 미국, 일본 등과 연대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미국의 관계가 이미 준 동맹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인도가 해상 군사력을 키우면 중국으로서는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교역로이자 자국 석유 수송망의 길목인 인도양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인도는 특히 국경 충돌 이후 국방력 강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올해 러시아산 전투기 33대 구매 등 6조원대의 무기 예산안을 확정했다.

인도 국방부는 전날 미그-29 21대, 수호이-30 MKI 12대 등 러시아 전투기 33대 구매에 1800억루피(약 2조9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총 3890억루피(약 6조2000억원) 규모의 무기 구매 및 개발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번 구매에도 패스트트랙 절차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국방부는 또 공군과 해군을 위한 공대공 미사일 구매도 확정했고, 사정거리 1000㎞ 길이의 신형 크루즈 미사일 개발에도 예산을 배정했다. 최근에는 프랑스에 라팔 전투기 36대를 서둘러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산 불매운동 퍼포먼스를 벌이는 인도 시민들.연합뉴스

인도에서는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최근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중국 창청자동차의 공장 가동 승인이 보류됐고, 인도 철도부는 지난달 18일 중국 업체가 진행하던 47억루피 규모의 공사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라지 쿠마르 싱 인도 전력부 장관은 지난 3일 “중국산 장비는 나중에 ‘트로이의 목마’로 악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승인 없는 중국산 전력 공급 장비 수입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 국영통신사인 BSNL 등은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와 중싱통신을 배제키로 하는 등 반중 감정으로 중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고전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3일 중국 국경 인근 라다크 지역을 찾아 군 장병들에게 “누군가 팽창주의를 고집한다면 세계 평화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팽창주의자들이 패배하거나 소멸했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서방에서는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중국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올해 안에 자국 5G 네트워크에서 중국 화웨이의 기술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5G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향후 6개월 이내에 중단하고, 이미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철거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이 홍콩인들에게 영국 시민권을 줘 ‘탈 홍콩’을 돕기로 한데 이어 홍콩 민주 진영은 영국에 ‘홍콩 망명의회’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이먼 영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망명 의회를 구성하면 중국 본토와 홍콩 정부에 민주주의가 희생될 수 없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비공식 민간단체를 결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홍콩 영국 영사관에 2년간 근무하던 사이먼 정은 영국 스파이라는 의심을 받아 홍콩 경찰로부터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뒤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망명 의회 구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홍콩시민과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캐나다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사실상 대중국 제재 조치에 착수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캐나다-홍콩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홍콩 통제 강화 이후 홍콩과의 사법적 관계를 단절한 것은 캐나다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일국양제의 굳건한 신봉자”라며 “캐나다는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홍콩에도 민감한 군사 물자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민 등 다른 조치도 살펴보고 있다”며 홍콩인들의 캐나다 이민 관련 조치도 시사했다.

트뤼도 총리의 발표는 영국과 독일 정상이 잇따라 홍콩보안법 사태에 대한 우려를 공개 표명한 직후에 나왔다.

테레사 청 홍콩 법무장관은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가 중국의 국가안보 체계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며 “이는 부적절한 행위로 법치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