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트럼프 재선 성공하면 미·유럽 갈등 계속될 것”

입력 2020-07-05 17: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모습. EPA 연합뉴스

주독 미군 전환 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문제 등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과 EU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조명하며 전문가들이 이같이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은 코로나19로 실시했던 입국 제한을 지난 1일부터 추가 완화하면서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유럽은 입국 허용 리스트에서 미국은 제외한 반면 중국의 경우 중국이 유럽인의 입국을 허용한다면 중국인의 유럽 입국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CNN은 “이 결정에 대해 EU 당국자들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유럽이 미국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려고 했다면 사탕발림을 했을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한 익명의 EU 관계자는 “과거라면 미국을 기분 좋게 하려고 (입국 허용국 리스트에) 중국을 포함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CNN에 말했다.

최근 유럽이 미국에 대해 ‘자율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미국과 거리를 두기 위한 방편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도 했다. CNN은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은 파리 기후 협약과 이란 핵 협상, 5G 문제 등에서 유럽의 입장을 고집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있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미국이 그 때부터 이미 유럽에서 중국과 아시아로 우선 순위를 바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주 유럽안보정책연구소의 벨리나 차카로바는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그 중에서도 특히 독일을 경제·무역 경쟁관계라고 생각한다”면서 “즉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긴장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안보·국방 문제에서도 더욱 자율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NATO를 공격하면서 유럽을 약화시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 EU 외교 당국자는 “미국과 EU는 공통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국가경영, 인권과 법에 대한 존중, 경제협력, 공공의 번영과 안보를 기반으로 한 강하고 오래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파트너십은 우리가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기능할 때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유럽이 미국의 관계를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미국이 서방의 질서에 재편입할 수 있도록 유럽이 설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올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무조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EU 당국자는 “미국의 근본적인 변화는 유지될 것이고, 우리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적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변화는 구조적인 것이며 단 한 사람(트럼프 대통령)에 따른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EU 지도자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올 대선에서 승리하길 바란다는 분석이 많다. 차바로바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자주의를 선호하고, 미국과 EU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