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잠재울 추가 대책을 지시하면서 정책 당국이 바빠졌다. 기존 12·16 부동산 대책보다 징벌적 세금을 더 추가하고, 수도권 신규 택지를 발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런 추가 대책 또한 시장 안정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기엔 한계가 있어 자칫 땜질식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곧 부동산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와 ‘주택 공급 물량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발표한 12·16 대책 수준의 세금 인상이 거론됐으나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강도가 더 세질 게 확실시되고 있다. 기존 종부세율 인상안에다 종부세 공제혜택(1가구 1주택 9억원, 다주택 6억원)을 축소하고, 과표 구간을 수정하는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훨씬 늘어난다.
양도세도 강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1년 미만은 40%에서 50%, 1~2년은 기본세율(6~42%)에서 40%로 바꾸고, 9억원 초과 주택을 거래한 1가구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했다. 결국 양도세율을 더욱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외에도 실거주 유도 목적으로 재산세를 개편하고, 거래세인 취득세를 손 볼 가능성도 높다.
다만 과세 강화안의 경우 조세 저항 가능성이 없지 않다. 종부세 인상안은 이미 국회를 장기 표류하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아무리 ‘슈퍼 여당’이더라도 표밭 민심을 마냥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6·17 대책의 경우 규제가 강화된 인천, 양주시 등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시의회를 장악한 여당 인사들도 대책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안들이 국회 문턱을 쉽게 넘을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존 공급 예정 물량을 실질적으로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자 무주택자 등에게 우선 공급하는 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주택 청약 특별공급 제도 개편을 통해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기존 청약 경쟁을 흡수할 정도로 공급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워 즉각적인 시장 안정효과는 떨어진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택지 개발 방법도 있다. 수도권에 택지 후보지를 발굴해 4기 신도시 같은 대규모 추가 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수도권 내 신규 후보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터라 실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신규 택지를 발굴해 신도시를 개발하더라도 조성 계획 수립부터 택지 보상,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광역철도 등의 신규 교통 인프라를 까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등 단기 효과가 적다.
2·3기 신도시의 용적률 등을 높여 공급물량을 늘리는 방식도 있지만 수도권 과밀현상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어 정부의 균형개발 기조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서울 시내 재건축 연한을 조정해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의 경우 시장 과열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일부에선 추가 대책에 차라리 중장기 비전을 담으라고 지적한다. 주택 수요를 억누르고 공급을 늘리는 식의 땜질식 처방은 더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서울 강남 집값이 오른다는 현상에만 집중하지 말고, 강남의 교통 인프라, 학교 수 등의 교육 여건, 대학 진학률, 상권 활성도 등이 다른 지역과 어떻게 다른지 국민 삶의 측면에서 분석해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