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5일 “국정원장 후보자로 박지원 전 의원이 낙점된 것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문 대통령은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발탁 배경과 경위를 설명하며 “이번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지난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앞서 박 후보자와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각각 비노(비노무현) 친노(친노무현)의 대표주자로 나섰다. 당시 두 후보는 ’무능’ ‘비열’ ‘저질’ 등 막말에 가까운 단어를 동원해 서로를 공격했고, 이 갈등은 결국 분당의 씨앗이 됐다.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석패한 박 후보자는 다음해 1월 민주당을 탈당해 3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분당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손을 잡고 문 대통령을 끊임없이 공격하던 박 후보자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달라졌다. 특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문 대통령을 향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야당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문 대통령을 특별 수행했다.
청와대 측은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그런 평가가 있을 것이라는 걸 (문 대통령이) 모를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박지원 후보자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겠다’고 한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드린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6월 17일 외교안보 원로들과의 오찬 이후 내정됐다. 당시 오찬에는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원로 오찬이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박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시기가 공교롭게 그 무렵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