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노조 “8일 애경 본사 앞에서 총결의대회”…벼랑끝 전술

입력 2020-07-05 16:30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이달 15일까지 800억원 채무를 갚으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후 이스타항공 노·사는 제주항공을 규탄하거나 설득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종사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체불 책임이 누구에 있는가를 놓고 폭로전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5일 이스타항공 노조에 따르면 조종사 노조는 이주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 예정이다. 8일엔 본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전 직원 총결의 대회 열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 400~500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규탄 시위는 이스타항공 경영 악화 책임을 묻는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조종사 노조는 3월 말의 셧다운을 앞두고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에게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한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대표는 체불임금 지급을 우려하는 최 대표에게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미지급)는 우리가 할 것”이라며 “미지급한 것 중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노조의 주장은 녹취록의 일부만 공개해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7일 이후 노조 측 주장에 대한 공식 주장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사측도 제주항공 설득을 위해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아직 딜이 완전히 깨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나 임금체불 책임 소재 등을 언급하며 계속 협상을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을 받은 이스타항공은 지난 2일 저녁 늦게 ‘제주항공이 인수를 완료하면 이스타홀딩스 지분 38.6%의 매각 대금 410억원이 이스타항공에 남게 되고, 이중 세금 등을 빼면 제주항공이 150억∼2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의원을 차례로 만나 M&A 성사를 당부한 게 변수로 작용할지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 장관은 면담에서 M&A 진행 경과와 입장을 듣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각 당사자가 명확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대승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당초 정부가 제주항공에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것도 없던 일이 된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