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휩쓴 장마… 日 하루 500㎜ 폭우, 中 한달 넘게 폭우

입력 2020-07-05 16:30 수정 2020-07-05 17:13
폭우가 쏟아진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무라의 주민들이 5일 홍수로 무너진 가옥 앞을 지나가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장마 전선의 영향권에 든 동아시아 지역이 집중호우로 신음하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5일 전날 새벽부터 구마모토현에 쏟아진 폭우로 구마강 인근 11곳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18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으며 14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심폐 정지는 의사의 공식 사망 선고가 내려지기 전 일본 당국이 사용하는 용어다. 아직 피해가 파악되지 않은 지역도 있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마무라 지역의 ‘센쥬엔’ 노인요양시설이 건물 2층까지 물에 잠기며 피해가 집중됐다. 고령자 50여명과 직원들이 있었던 이 시설에서 14명이 심폐 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에 나선 자위대원은 “요양시설에 아직 30명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도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아시키타마치에서는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면서 80대 여성 등 3명이 숨졌고, 쓰나기마치에서도 80대 남성이 토사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구마모토현에서 15건, 인접한 가고시마현에서 1건 등 최소 16건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시에서는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98㎜, 미나마타시에서는 일일 총강수량이 500㎜에 달했다. 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다시 쏟아질 예정이라며 장마전선이 오는 8일까지 일본에 머무는 만큼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구마모토현과 가고시마현에 거주하는 주민 20만3000명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중국 남부지방에서도 한달 넘게 폭우가 이어지면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폭우에 따른 홍수로 지난 3일까지 중국 26개 성에서 1938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최소 121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는 총 416억4000만 위안(약 7조679억원)으로 집계됐다. 1만7000여채의 가옥이 붕괴됐다.

앞서 중국 기상국은 남부 지방에 지난달 2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32일 연속 총 92차례의 폭우 경보를 발령했다. 1998년 중국 대홍수 이래 최악의 수재라는 평가도 나왔다.

잠시 주춤했던 폭우는 전날 다시 시작됐다. 지난 3일 오전 6시를 기해 남부지방에 내린 폭우 경보를 일시 해제했던 중국 기상국은 전날 오후 6시부터 폭우 경보를 재발령했다. 기상국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오는 8~9일까지 남부지역 일대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