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떠난 ‘방구석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위안을 건네 받았다. 그곳에는 ‘예능 만렙’ 이승기가 있었고 ‘예능 쪼렙’ 류이호가 곁을 지켰다. 언어도 다르고 성격은 정반대인 동갑내기의 여행 목적지는 ‘팬들의 집’. 좌충우돌 여행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투게더’의 이야기다.
이승기는 3일 국민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맡은 역할이 커 두려웠지만 막상 ‘투게더’ 촬영을 시작하니 언어를 뛰어넘는 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투게더’는 지난달 26일 전 세계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시작으로 발리, 방콕, 치앙마이,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한 달간의 여정이었다. 이들은 팬들의 집을 방문했는데 여정은 팬들의 추천코스로 구성됐다. 탁 트인 풍경에 마주 앉은 동갑내기 스타는 주로 눈빛과 손짓으로 대화했다. 여기에 제작진이 던지는 미션 등 풍성한 얘깃거리가 더해졌다. 공개 직후 ‘투게더’는 여러 국가에서 가뿐히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승기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도 많은 사랑을 받아 영광”이라며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부담감은 희열과 즐거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투게더’는 지금까지의 한국형 예능 버라이어티와는 달랐다. “여러 사람이 특정 캐릭터를 연출하며 관계에서 오는 재미를 추구했던 한국형 리얼 버라이어티랑은 다른 포맷이라 신선했어요. ‘투게더’에는 딱 두 명만 나와요. 심지어 말도 안 통하고 한 명은 예능 초보죠.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에 끌렸어요. 일단 부딪혀보자 생각했고, 하니까 되더라고요. 어색했던 동갑내기 두 명이 감정을 나누고 친밀해지면서 나오는 뭉클함도 있었고요. 예능을 꽤 오래 했는데 ‘아, 내가 생각했던 게 정답은 아니었구나’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어요.”
언어의 벽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승기는 이번 여행을 통해 진심의 힘을 배웠다. 그는 “언어나 인종은 중요하지 않았다”며 “막상 해보니 마음이 통했다. 짧은 중국어와 영어를 총동원해 대화하려고 애썼지만 나중에는 감정의 교류가 가장 중요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했고 그거면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데뷔 17년 차인 베테랑 방송인 이승기에게 ‘투게더’는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지난해 ‘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두번째 넷플릭스 예능에 도전하면서 활동 무대를 전 세계로 넓혔고,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으면서 예능 속 자신의 역할에 변주를 시도했다. “국내에서만 활동하던 제가 전 세계가 무대인 넷플릭스를 통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몰입하고, 그러다 깨져도 보고 평가도 받아보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7년이라는 연차가 쌓이니, 아는 것도 많아지고 성공작도 많아졌어요. 그럴수록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해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서 계속 달리려고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