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공판에서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가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고사성어로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공연히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김 부장판사는 그간 조 전 장관 공판에서 검찰에 수차례 주의를 줘왔다. 검찰 측 핵심 증인인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증인신문 전 검사실에서 조서 열람을 한 것을 두고는 ‘진술 회유’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을 시도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는 경고도 있었다.
공소유지를 맡은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검사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치적 의도가 담긴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결심 공판이 아닌데 수사 착수 배경을 소상히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가 검찰에 불리한 심증을 쌓아간다고 판단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검사는 “재판장이 언론 보도로만 수사 배경을 접하니 오해할까 봐 (수사착수 관련) 의견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 의지에 따라 실체를 좌우할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재판부의 의혹이 집중됐던 이 전 반장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 전 반장은 지난해 7월 검찰 1차 조사에선 감찰무마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는데, 11월 2차 조사부터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조 전 장관 측은 진술 번복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 부장검사는 “처음 진술한 대로 사건이 정리되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다. 사실대로 말해줘야 한다”며 이 전 반장을 거듭 설득해 진술을 받아냈다고 했다. 검찰 수뇌부의 간섭 등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앞서 이 전 반장은 1차와 2차 조사 사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수사라인 검사에게 연락받았느냐는 조 전 장관 측 질문에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진 않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 전체의 의사결정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고 반박했다. 정치적 맥락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고 의심스러운 단서도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의견을 들은 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그는 “검사 의견을 잘 알아들었다”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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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