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심한데 SRF 소각장까지 또 들어서나” 동두천시민 반발

입력 2020-07-05 14:05
소요동 SRF 소각장처리시설 설치 반대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지행역 인근 상업지구에서 거리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재구 기자

폐기물 소각장과 닭고기 가공업체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경기 동두천시 소요동 주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고형폐기물(SRF) 소각 발전시설 건립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소요동 주민들은 ‘소요동 SRF 소각장처리시설 설치 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하고 “이미 동두천은 악취문제가 심각한 지경인데 하봉암동 민간 SRF 소각장까지 세워진다면 동두천의 대기문제는 생존권과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고 주장하며 매주 토요일마다 SRF 소각장처리시설 건립계획 반대 거리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SRF 소각장처리시설은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소각해 발생하는 열 등을 에너지로 만드는 시설로, 미세먼지 유발 등 환경문제가 주목받았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이 폐지되는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대책위는 지난 4일 토요일에도 지행역 인근 상업지구에서 거리 서명 운동을 열고, 동두천 시민들에게 SRF 소각장처리시설 건립 계획을 알리며 반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거리 서명 운동에는 대책위와 함께 최금숙 동두천시의원도 참여해 시민들에게 SRF 소각장처리시설 반대 의견이 담긴 대책위의 성명서를 전달하며 시민들의 서명을 권했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소요산 하봉암동을 지나다 보면 지독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경기도의 소금강이라 하는 소요산 자락 하봉암동은 새벽부터 가스와 연기가 띠를 이루며 악취가 코를 틀어막게 한다”며 “이미 3개의 SRF 소각장을 설치한 공장이 있음에도 지난해 이 인근에 탑이엔티라는 민간업체가 96t 규모의 SRF를 소각해서 열을 판매하는 인허가를 신청하고 주민들의 환경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동두천은 악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런 시설들이 계속 가동되거나 세워진다면 동두천의 대기 문제는 지역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드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인근에는 상수도 펌프장이 있으며 동두천 소요동뿐만 아니라 연천군 초성리, 전곡읍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SRF 소각장처리시설 반대뿐만 아니라 닭고기 생산업체인 마니커의 악취 저감대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마니커는 닭 내장 등 닭 부산물을 사료화하는 공정이 들어선 후부터 지독한 악취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고 있다. 닭 부산물 사료화 공정의 악취를 저감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동두천시민의 건강권과 환경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마니커 악취의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며 탑이엔티 민간 SRF 소각장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거리 서명 운동에 동참한 최금숙 동두천시의원은 지난해 말 5분 자유발언을 통해 “SRF 소각장 및 발전 시설의 실태와 위험성에 대해 면밀하고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향후 사용허가 여부 결정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도 우리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집행부에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소요동 SRF 소각장처리시설 설치 반대대책위원회가 4주간 진행한 거리 서명 운동에는 800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앞서 지난 2월 대책위는 4300여 시민의 서명을 받은 ‘동두천시 소요동 SRF 폐기물 소각장 반대 서명부’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소요동 SRF 소각장처리시설 설치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4300여명의 시민의 서명을 받은 'SRF 폐기물 반대 서명부'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소요동 SRF 소각장처리시설 설치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동두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