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도 워싱턴DC는 강행
트럼프, 독립기념일 연설서도 “급진 좌파” 공세
바이든 “인종차별 뿌리 뽑아야” 대조적 메시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80%의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맹렬한 기세로 재확산되면서 많은 인파들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몰려들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예외지역이 하나 있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라는 이름의 성대한 기념행사를 밀어붙이면서 독립기념일조차 자신의 재선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도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또 급진 좌파·마르크스주의자·폭도로 몰아세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는 데다 코로나19가 다시 들불처럼 번지자 백인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린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급진 좌파(radical left)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들을 무찌르는 과정에 있다”면서 “우리는 분노한 폭도들(angry mob)이 우리의 동상들을 파괴하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짓밟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콜럼버스가 1492년 미국 땅을 발견했을 때 시작됐던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방어하고, 보호하며, 보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선 “당신들은 나와 미국인들을 비방할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목숨을 구했던 영웅 세대들도 비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의 속임수와 은폐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졌다”며 “중국은 반드시 완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독립기념일에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독립기념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자초했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전야(前夜)였던 3일 밤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에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좌파라고 몰아세웠던 분열적인 연설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서 거의 13만명이 숨진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린 백악관 인근 잔디밭엔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았다.
미 해군과 공군의 특수비행팀인 ‘블루 엔젤스’와 ‘선더버드’는 에어쇼를 펼쳤다. 미 육군 낙하전문팀 ‘골든나이츠’가 성조기를 공중에서 펼쳐드는 장면도 연출됐다.
워싱턴DC에서는 오후 9시를 넘어서 성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그러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는 불꽃놀이 행사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취소됐다고 NYT는 전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을 우려해 플로리다주의 일부 해변은 3일부터 폐쇄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분명한 이념을 토대로 건국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의 근원을 뿌리 뽑을 기회를 맞았다”며 “그동안 주류에서 밀려나고, 죄악시되고, 억압받은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맞아 인종차별에 강력히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